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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현대미술에 관심 있는 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필독서이다. 이브-알랭 부아와 로잘린드 크라우스는 조르주 바타유의 ‘비정형’ 개념을 빌어, 모더니즘 예술이론으로 더 이상 포괄할 수 없는 다양한 현대미술의 동향과 흐름을 분석한다. 이 책은 ‘저급유물론’, ‘수평성’, ‘펄스’, ‘엔트로피’라는 주요 표제어 아래 바타유의 「비평사전」과 같이 알파벳 순서를 따르는 사전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그 내용은 깔끔한 사전적 정의에 저항하는 이론적인 텍스트들이다. 두 저자는 특정 주제어를 중심으로 여러 예술가들의 작품을 서로 교차시켜 서술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으며, 초현실주의부터 신체예술, 애브젝트 예술은 물론, 잭슨 폴록, 앤디 워홀, 사이 톰블리, 루치오 폰타나, 신디 셔먼, 클래스 올덴버그, 장 뒤뷔페, 로버트 스미스슨, 고든 마타-클락 등 주요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놀라운 분석을 통해 비정형의 힘을 탐구한다. 1996년 부아와 크라우스의 기획 하에 퐁피두센터에서 열린 《비정형: 사용자 안내서(L'Informe: Mode d'emploi)》 전시의 도록으로 출간된 이 책은, 1900년부터 1990년대까지의 작가들을 아우르는 '현대미술 안내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역자의 글
머리말
서론
“비정형”의 사용가치
저급유물론
도살장
저급유물론
사체
변증법
엔트로피
형상
수평성
게슈탈트
수평성
등방성
우울한 유희
키치
액체어
펄스
“돌려라!”
앵포르멜…에 대한 부정
요셉 보이스…에 대한 부정
올랭피아
부분 대상
펄스
엔트로피
특성 (없는)
광선총
하마의 발한
역 구멍
언캐니
매우 느린
수세식 변소
X는 현장을 나타낸다
요-요
변두리
결론
비정형의 운명
미주
『비정형: 사용자 안내서』는 조르주 바타유(Georges Bataille)의 사상, 초현실주의, 1960년대 이후의 현대미술에 관심 있는 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필독서이다. 시각예술은 항상 내용을 중심으로 한 도상학적 해석과 그린버그 식의 형식주의 독해가 중심을 이뤄왔다. 그러나 이브-알랭 부아와 로잘린드 E. 크라우스는 바타유의 ‘비정형(informe/formless)’ 개념을 중심으로 20세기 아방가르드 예술과 예술 실천을 다시 볼 것을 요청한다. 그들은 바타유가 쓴 마네에 대한 분석을 시작으로, 왜 미술사가들은 ‘주제의 위기’를 논한 바타유를 형식주의자로 규정하고 있는지에 의문을 품는다. 소위 마네 연구는 1960년대 후반부터 T.J. 클락과 같은 예술사회학을 주창하는 학자들이 논하는 주제 중심의 내용(content) 연구와 클레멘트 그린버그와 마이클 프리드가 중요하게 보았던 형식(form) 연구로 이분법화되고 있었다. 이 책의 저자인 부아와 크라우스는 마네의 <올랭피아>에서 바타유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내용도 형식도 아닌 둘 사이의 미끄러짐을 유도하는 작동(operation)임을 지적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작동을 이끄는 주요 기제들은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두 저자는 1960년대 이후의 현대미술이 서구 미술사의 근간을 이뤄왔던 ‘양식’ 개념에서 탈피하고 있기 때문에, '비정형'이라는 바타유의 개념을 빌어 모더니즘 예술이론으로 더 이상 포괄할 수 없는 다양한 현대예술의 동향과 흐름을 분석한다.
물론, 그들은 양식이라는 구체적인 용어를 사용하지 않지만, 1960년대 이후 현대미술에서는 개념미술과 미니멀리즘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제외한다면, 과거 시대를 대변하였던 르네상스 양식, 바로크 양식, 로코코 양식, 신고전주의 양식, 인상주의 양식 등과 같은 사조 중심의 특정 스타일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난점을 발견한다. 그들이 공격하려는 대상은 모더니즘이라는 거대한 산이었으며, 모더니즘 담론을 이론화시켰던 그린버그 비평, 모더니즘 비평을 중심으로 거장 중심의 서사를 이끌었던 미술관의 실천, 모더니즘 ‘회화’를 옹호하였던 자본주의 미술시장이었다.
모더니즘의 통일성, 조화, 질서, 추상적 환원, 시각중심주의를 비판하기 위해서 부아와 크라우스가 선택한 것은 바타유의 ‘비정형’ 개념이다. 부아는 「비정형의 사용가치」에서, “바타유는 「인간」이라는 표제어를 다루는 데 있어 우스꽝스러운 문구들을 이용함으로써, 토대를 흔들려는 전략을 내세웠다. 그가 흔들려는 토대는 결국 모든 시스템을 이루는 인본주의였다(바타유가 사랑한 것은 유토피아의 실천이 아니라 반란 자체를 위한 혁명이었다)”고 설명한다. 바타유의 『도큐망』의 「비평사전」이 “기존 제도와 학계를 파괴하기 위한 바타유의 실천 중 가장 강력한 것”이었듯이, 바타유의 비정형을 통해 부아와 크라우스는 양식, 계보 중심의 미술사의 발전론을 와해, 전복시킴으로써, 시각예술을 바라보는 또 다른 사유의 패러다임을 모색하려고 한다. ‘저급유물론’, ‘수평성’, ‘펄스’, ‘엔트로피’라는 주요 표제어는 바타유 「비평사전」과 같은 사전 형식을 갖추고 있으며, 모더니즘을 해체시키는 기제들을 작동시킨다. 이 책은 사전처럼 알파벳 순서를 따르고 있으나, 내용은 깔끔한 사전적 정의에 저항하는 이론적인 텍스트들이다. 연대기적 글쓰기에 저항하기 위한 부아와 크라우스의 전략은 특정 주제어를 중심으로 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서로 교차시키는 방식이며, 초현실주의부터 신디 셔먼의 신체예술, 소위 비천하고 위반적인 것들을 포괄하는 애브젝트 예술까지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분변학의 페티시를 경계하기 위해 저급유물론 영역에서는 배설물을 일차적으로 다루는 작가들을 배제하였다. 이 책은 1996년 조르주 퐁피두 센터에서 열렸던 전시에 발맞추어 불어와 영어로 출판되었기 때문에, 1900년부터 1990년대까지의 작가들을 아우르는 '현대미술 안내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