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진사 로고

메뉴열기

함께, 배우다

생태 전환 미술 교육을 위한 미술 교과가 가야 할 길

작성일: 2025.11.03

조회수: 12

0

기후 위기 시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교육계에서는 생태 전환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범교과에서 생태 전환 교육을 실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미술 교과는

 자연과 생태를 주제로 다루거나 체험할 수 있도록 교육 과정 내용을 구성하여 운영해 왔다. 

반면 미술 수업은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는 교과이므로 

창작 수업 단원 활동이 끝나면 각종 많은 쓰레기나 더 활용할 수 없는 물건들이 배출된다. 

특히 우드록, 폼보드 등 재활용이 안 되는 재료들을 버릴 때는 교사로서 종종 마음이 불편해지기도 한다. 

필자는 이 재료들을 사용하지 않은 지 오래되었지만, 

학습 활동 중에는 건축 모형 만들기, 입체 미술관 제작, 화가들의 집, 

평면을 입체로 옮기는 명화 수업 등의 수업을 할 때는 필수 불가결하다. 

물성 체험을 위해서라도 이러한 재료들을 아예 다루지 않을 수도 없기 때문에 

다른 대안을 찾아보는 연구도 필요하다. 

이에 자연 미술 교육을 몸소 실천하고 계시는 서산중앙고등학교 수석 교사 이성원 선생님을 통해 

생태 전환 미술 수업의 아이디어와 실천 방향을 듣고자 인터뷰를 진행했다.



 1. 미술 수업에서 자연과 환경을 많이 이야기하고 있잖아요. 

반면에 미술 시간 재활용이 되지 않을 쓰레기를 많이 양산하는 과목인데, 

종종 죄책감이나 책임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수업을 기획할 때 교사로서 이 재료들을 사용할지 말지 고민하게 되는데요. 

선생님은 요즘 어떤 수업을 하고 계신가요?


‘추상 언어를 입체 추상으로 표현하기’를 했어요. 어려운 내용이지요. 

특히 동기유발이 매우 어려웠어요. (어른들도 어려워요!) 

재료는 폐품을 모아서 만들게 했어요. 구체적 이미지가 아니고 추상적 이미지로 만들어야 했죠. 

감정 단어뿐만 아니라 ‘어제’, ‘이틀’ 등 이런 단어를 눈에 보이는 형태로 표현하는 거예요. 

(웃음) 내가 생각해도 황당하지만. 

이때 동기유발을 2주 4시간 동안 했더니 작품이 잘 나왔어요. 글도 쓰고요.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을 한다는 거지요. 

학생들의 글도 좋았어요. 이러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으니 환경 교육을 해 보자고 했던 거예요.

구상 단계가 끝나고 제작 수업을 시작할 때 재료를 사 오지 말라고 했어요. 

처음에 재료를 선택할 때 하드보드지를 색종이 크기의 정방향 형태의 크기로 잘라 제공했고, 

글루건, 본드, 풀 등은 나누어 주었어요. 

나머지는 각자 자기가 재료를 찾아서 갖고 오게 했고, 새것으로 사 오지 말라고 했어요. 

주워 오면 쓰레기를 위치 이동하는 건데, 사 오는 것은 쓰레기 아닌 것을 쓰레기가 늘어나게 하는 것이니까요. 

이 수업을 하면서 가장 많이 쓰는 재료가 ‘글루건’이었어요. 

우드록, 폼보드는 안 쓴 지 오래되었는데 글루건은 아직 쓰고 있어요. 

간편하기도 하고, 작품을 견고하게 만들 때 유용하긴 하죠. 

이후 평가 채점하고는 작품을 처리해야 했어요. 4개 반 120명의 작품들을 모두 분리했어요. 

플라스틱, 폐지, 비닐 등을 구별해서 버리는 시간도 가졌던 거예요. 

10명을 모아서 장갑을 끼고 재료들 해체 작업 후 분리배출을 했어요. 

쓰레기 배출을 할 때 학생들의 의견이 분분하죠. 스티로폼이 쓰레기냐? 플라스틱이냐? 문제가 있었어요. 

이건 살고 있는 지역 아파트마다 정보가 다르기도 했죠. 

플라스틱을 분리해서 보내도 다시 소각되고 마는 경우 많다고 해요. 

그리고 페트병도 다 같은 종류가 아니죠, 플라스틱은 원래 4종류가 있대요. 

이걸 다시 녹여 플라스틱으로 나누어 재활용할 때 오히려 더 에너지가 많이 든다는 거예요. 

태우는 게 낫다고 보는 관점도 있어요.

이 점에 대해서는 일본이나 미국은 우리보다 조금 앞서가요. 

페트병에서 비닐을 분리하는 것도 그렇죠. 

잘 안 떨어져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어떻게 분리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많다는 것이죠. 



 2. 폐품을 재료로 추상 언어를 표현하는 수업을 했다고 하셨는데요. 

이 활동은 일반 작가들도 많이 시도했죠. 

오히려 환경 운동가들이 재활용되는 재료를 작품 재료로 활용하면서 

도리어 더 쓰레기를 만든다고 불만을 표시하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잖아요. 

어떻게 해서 이 수업을 하시게 되었나요? 


9월 말인가 그랬죠. 여름이 지나서 에어컨을 안 틀었어요. 

학교 미술실 뒤편이 소나무 솔숲이죠. 바람도 잘 들어요. 

그날따라 바람이 좋아서 문을 다 열고 환기를 시키고 음악도 들으면서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학생 중 11월에 입을 법한 옷을 입고 미술실 들어와서는 말도 없이 창문을 다 닫고, 에어컨을 트는 거예요. 

그래서 “얘들아, 오늘은 안 덥잖아?” 그랬더니 “더운데요?”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애들이 입은 옷을 봤더니 더울 것 같은 거예요(웃음). 

일단 교실에 등교하면 에어컨 틀고 문을 꼭 닫고 사는 거예요. 

그런데 그중에는 조금 불편하고 덥더라도 문을 열고 자연 바람을 쐬고 싶은 학생들이 있지요. 

마치 은행이나 시내버스 안에서 에어컨이나 히터를 세게 틀어도 표현하지 못하고, 

그냥 춥거나 더운 그대로 있는 사람들 같아요. 

그런 학생들은 어차피 추우니까 옷을 두껍게 입고 올 수 밖에 없는 경우인 거죠. 

여름이나 겨울에 에어컨이나 히터를 세게 틀었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지요. 

그런데 안 틀면 왠지 우리를 위해서 에너지를 덜 소비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살수도 있을 것 같은 거예요. 마치 “커피 나오셨습니다” 이런 분위기와 비슷한 것 같죠.



3. 지금까지 선생님이 생태 관련 미술 수업을 하셨을 때 학생들이 어느 정도 수용하고, 

도전받고 인지하는 것을 보셨나요? 


저는 오래전부터 환경 생태 얘기를 수업 시간 많이 했지만, 수용이 잘 안되는 것 같아요. 

유치원 초등 고학년까지는 자연 미술을 재미있게 했어요. 

제가 자연 미술은 유치원부터 노인분들까지는 해 봤는데, 

고등학생들이 하기에는 답답하고 밋밋하게 해 내었어요. 시시하게 생각하더라구요. 

자연 미술을 하면 환경에 대한 생각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는데, 

학생들은 그냥 선생님이 “밖에 나가자”라고 하니까 나가는 거였어요. 

특히 고등학생 중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왜 나왔어요?” 하는 학생들도 있어요. 

그럴 수 있지요. 학생들 눈에는요. 

그래서 자연 재료를 사용하는 수업은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어려운 점이 있어요. 

그래서 저도 과제이기는 합니다. 



4. 재료 사용 차원에서 기존 방식과 다르게 새로운 대안을 갖고 

재료성, 물성 체험을 해 보게 한 사례가 있을까요?


수행 평가 수업은 아니었고, 캠프 활동으로 진행했던 수업이 있어요. 

폐지를 모아서 드로잉 북을 만들었죠.

 종이로는 신문지와 비닐까지도 포함했고, 조선 시대의 책을 엮는 바느질 기법을 활용해서 묶었어요. 

다양한 재질의 종이, 이면지를 활용해서 드로잉 북을 제작했어요. 사실 어떤 수업이든 호불호가 있지요. 

깨끗한 것 쓰려고 하는 학생의 경우도 있는 거죠. 

그렇지만 ‘쓰레기 문제성’을 제기하는 것으로는 좋았고, 결과물도 상당히 좋았어요. 

집에서 준비물 갖고 오는 것이 아니라 쓰레기를 줍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폐지 창고, 교무실 이면지, 학생들이 두고 간 종이들, 

없어져도 모르고 버려질 것으로 판단되는 종이들을 모은 뒤 송곳을 뚫고 굵은 노끈으로 꿰매었어요. 

그리고 그 종이에 물감을 활용한 캘리그라피, 드로잉, 얼룩 연상 드로잉 등으로 

한 권의 작품집을 만들어 보았어요.

  


5. 혹시 수업 기획에서 재료 활용을 생각할 때 후배 교사들에게 전해주시고 싶은 내용이 있나요?


환경과 생태 교육은 이제 미술 시간에도 생각해야 하는 과제가 되었어요. 

사실 종이에 연필, 색연필, 물감 수업, 찰흙 수업처럼 

기본적인 재료가 아이들의 발상을 끌어내고 물성 체험을 시키는 데에 부족함이 별로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 이미지 홍수 시대에 학생들은 일단 그 단순한 재료 앞에서 지루해하는 것 같아요. 

사실 학생들 입장에서는 미술이 필요 없을 정도로 이미지나 영상이 넘쳐나요. 

시각 문화 속에서 ‘교사들은 미술 수업에서 ‘이것 재미있겠네~’ 신기하다!’, ‘재밌다!’, ‘웃긴다!’라는 

수업을 보급하고 기획하기가 힘든 시기인 것 같아요. 

더군다나 과거 전통 미술 수업은 말할 나위가 없구요. 

지속적으로 흥미 갖게 하기 어려운 시대임은 분명한 것 같네요. 

제가 사는 지역 미술샘들 단톡방 있는데 중학교 교사들 중에는 반제품을 활용해서 수업을 종종 하더라구요. 

또 아크릴 번호 물감 색칠하는 수업도 하구요. 물론 완성 후 성취감을 갖게 할 수는 있지만, 

색을 섞는 데서 오는 물성 체험이 없지요. 

반면 저는 삼원색으로만 그리기를 해요. 

그리고는 또 다른 종이에 파렛에 24색으로도 빨리 그려 보라고 했죠.

삼원색과 24색 물감으로 그린 그림의 결과 차이를 보게 했어요. 

채도 말고는 별 차이가 없어요. 

이와 관련해서 한 일화가 있어요. 제가 맡았던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예요. 

그 학교는 생활지도가 어려운 학교였는데, 

한 학생이 자기가 3원색으로 그린 결과를 보고 옆 친구에게 말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야! 봤냐? 노랑 쓰고 파랑 쓰니까 초록 나온다! 너 알았냐?” 

작품 결과적 성취감도 좋지만 표현 과정에서 오는 물성 체험을 

경험할 수 있도록 시도하는 것을 놓치지 않았으면 해요.

  


 6. 선생님은 생태 전환 교육 차원에서 앞으로 어떤 수업을 기획하고 계신가요?


애들이 호응할지 모르겠지만 날씨가 따뜻해지면 조깅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줍깅!’ 수업을 해보려고 해요. 

‘줍깅’은 조깅하면서 줍는다! 는 말인데요. 

스웨덴 언어로 ‘이삭을 줍는다(Plodka upp)’와 

영어 ‘조깅(Jogging)’을 합한 ‘플로깅(Plogging)’ 이 우리나라에서 ‘줍깅’으로 바뀌었죠. 

자기 삶의 주변에서 실천한 것을 인증샷으로 SNS에 올리는 학습 활동을 시도하려고 해요. 

이걸 하려면 지자체(지방자치단체)의 협조가 필요할 것 같아 시청에 한번 방문할 계획이에요. 

곳곳에 수거장과 수거 봉투를 비치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주운 것을 분리할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죠. 

우리의 일상에서 먼저 시작해서 주변으로 그 의식이 확산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으로 보여요. 

그래서 새 학기에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시도해 보고 싶네요. 



 7. 마지막으로 생태 수업 기획과 관련해서 조언해 주실 내용이 있으면 나누어 주세요.


선생님들이 얼마나 만큼 동의할지 모르겠지만 

함께 시작하고 확산하고 연대를 이루는 수업 운동을 하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지속하는 게 중요해요. ‘두 번째 지구는 없다’라는 외국인 타일러가 지은 책을 보면 

‘지구는 후손에게 물려줄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문제’라고 하는 말이 나와요. 

2050년에는 해수면 상승으로 군산 같은 도시는 잠긴다고 해요. 

연도를 입력하면 세계지도에서 없어지는 도시를 알 수 있게 하는 사이트가 있어요. 

2050년에는 방콕이나 베이징은 거의 잠긴다고 되어 있네요. 

이건 부동산 문제만은 아니라고 해요. 

어느 도시에서는 농가에서 토마토 생산을 할 수 없어 

맥도날드 햄버거 안에 토마토를 넣어 주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고 하지요. 

생물학계에서 앞으로 여섯 번째 멸종이 다가오고 있다고 예고하고 있는데, 

멸종할 때마다 최상 포식자가 멸종했다고 해요. 

생물학계에서는 지금을 ‘인류세’라고 말하고 있어요. 

인류가 최상의 포식자라고 하는 거죠. 

인간이 가장 큰 세력을 갖고 있는데 인간이 멸종한다고 보고 있어요. 

지구의 문제가 아니에요. 

인간의 문제예요. 인간이 없어지면 지구는 회복된다고 하지요. 

코로나 팬데믹 때 베네치아의 수로에 없던 생물들이 생겨나고, 

오히려 공기도 좋아졌다고 하죠. 코로나19가 지구의 자정작용을 일으킨 것으로도 본다고 해요. 

저도 큰 대안은 없고, 같이 고민하고 있어요. 

노력에 대한 화두나 인식 전환에 도움이 된다면 좋겠네요. 








 

작성자

대전광역시교육청 장학사 반주영


참고 자료 및 사이트

https://m.blog.naver.com/celline70/222501179195

#미술#미술교육#자연미술#환경미술#기후위기#지속가능#기속가능한미래#생태전환#생태전환교육#범교과#미술교과#자연#생태#재활용

댓글0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