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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화의 넘버링, 예술의 희소성과 대중성 사이

작성일: 2025.07.07

조회수: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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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윤(1946~1986/한국) 바람 부는 곳1(목판화/ 25.5×34.7cm /1985년)

총 매수 70장 중 12번째 에디션이다. 대표적인 민중 미술 화가인 오윤은 39세의 젊은 나이에 간경화로 사망하면서 생전에 판화 원판(목판)을 모두 폐기했다. 따라서 더 이상의 에디션이 없는 판화이다.



판화는 일반적으로 25~50점 내외로 찍고 에디션(Edition) 넘버를 메긴다. 
그러나 제작 과정에서 사용된 판의 상태, 작가의 의도나 성향에 따라 이보다 적게 혹은 많이 찍기도 한다. 
에디션에는 넘버링(numbering)과 각종 표기는 작품의 제작 과정, 용도, 희소성을 나타내며, 
이를 통해 작품의 가치와 진위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넘버링과 작가 서명, 제작 연도, 각종 표기는 보통 작품 하단 중앙 또는 좌측 하단에 주로 연필로 표기하며,
사인은 작가의 서명이 함께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넘버링 외에도 판화 제작 과정이나 용도에 따라 다양한 표기가 사용된다. 


  1. A·P (Artist Proof, 작가 보관용 참고 작품)
작가가 개인적으로 소유하거나 참고용으로 보관하는 작품이다.
작가가 ‘이 작품은 내가 의도한 대로 잘 제작되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찍은 판화이다. 
판매 목적이 아니라는 점에서 H·C와 유사하지만, 작가에게 귀속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일반적인 에디션 수량과 별도로 제작되며, 전체 에디션 수량의 약 10~15% 정도를 차지한다. 


  2. E·A (Épreuve d'Artiste, 프, 작가 증명)
A·P와 같은 의미로 주로 유럽권에서 사용하는 표기이다.


  3. H·C (Hors Commerce, 프, 비매품)
작가나 갤러리, 기관에서 전시, 홍보용, 기록 등을 목적으로 찍은 판화로,
상업적으로 판매를 하지 않는 작품을 의미한다. 


  4. T·P(Trial Proof, 시험용 인쇄)
제작 과정 초기에 최적의 인쇄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다양한 색상, 잉크, 종이 조합을 실험하거나, 
이미지의 일부를 수정하기 위해 찍어내는 시험 인쇄이다. 시험 제작 과정에서 여러 장이 존재할 수 있다.


5. S·P(State Proof, 상태 확인용 인쇄)
T·P와 유사하지만, 작품이 완성 단계에 가까워졌을 때
최종적으로 완성도를 확인하기 위해 찍어내는 시험 인쇄이다. 


6. P·P(Presentation Proof, 제공용 인쇄)
작가나 출판사가 다른 작가와의 교환, 기념품, 또는 선물용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7. C·P (Cancellation Proof, 폐기 증명 인쇄)
더 이상 인쇄를 하지 못하도록 판을 훼손한 후 이를 증거로 남기기 위해 제작된 작품이다. 
C·P는 해당 판화 시리즈의 제작이 완전히 종료되었음을 나타내며, 희소성 때문에 작품의 가치를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호크니(Hockney, David/1937~/영국) 나는 그들의 존재를 인정한다(I Say They Are-『블루 기타The Blue Guitar』/아쿠아틴트, 에칭/34.5×42.5cm/1977년/뉴욕현대미술관 소장)

일반적으로 C·P는 판화의 제작이 완전히 끝났음을 증명하기 위해 원판을 긁거나 훼손하여 더 이상 인쇄할 수 없게 만드는 과정인데 호크니는

C·P를 단순한 기술적 절차가 아닌 창조적 제스처로 재해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원판에 2개의 구멍을 뚫었는데, 이는 악기의 울림 구멍을 연상시키는 동시에

작품에 새로운 시각적 요소를 부여하였다. 하단에 ‘Cancellation proof’란 글씨를 추가하였고 이 작품들을 뉴욕현대미술관에 기증하였다.



 1. 판화는 여러 장을 찍을 수 있는데 왜 ‘원작’이라 할까?
 2. SNS 시대에 예술 작품의 ‘희소성’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3. 오윤은 왜 판화 원판을 모두 폐기했을까?
 4. 호크니는 왜 C·P를 훼손된 판화가 아닌 새로운 작품으로 여겼을까?


작성자
미진사 본부장 최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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