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의 역사: 동굴 벽화에서 웹툰까지 시각적 스토리텔링의 진화
동굴 벽화에 새겨진 이야기부터 스마트폰 속 웹툰까지, 인류는 오랫동안 그림으로 이야기를 전해왔다. 초기 형태의 만화로서 이집트 사자의 서, 중세 성경 삽화와 같은 시각적 서사는 인류 문명과 함께 시작되었다. 18세기 인쇄술의 발달과 함께 풍자와 유머를 담은 만화가 등장했고, 20세기에는 다양한 장르로 확장하며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현대 만화의 기본적인 요소들(연속적 서사, 과장된 표현, 사회 비평, 대중성 등)은 웹툰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며, 인류의 창의성을 담는 매체로 자리 잡고 있다.
1. 고대~17세기: 만화의 뿌리, 그림과 이야기의 만남
· 고대의 시각적 서사
인류는 오래전부터 동굴 벽화, 그림 두루마리 등 그림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해 왔기 때문에 만화의 기원을 한 시점으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 다만 이집트의 사자의 서(Book of the Dead) 삽화, 그리스 도자기에 그려진 영웅담 등은 이야기를 전달하려는 인간 본능의 초기 형태라고 볼 수 있다.
· 중세(5-15세기) 유럽
중세 시대에는 종교를 중심으로 시각적 스토리텔링이 발달했다. 글을 모르는 대중을 위해 그림으로 성경을 전달하는 채색 필사본이나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등이 있다. 세속적인 영역에서도 바이외 타피스트리는 70미터에 달하는 방대한 자수 그림으로 노르만 정복을 기록하는 등 성당과 궁전의 벽화는 권력과 역사를 표현했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성경(Biblia Pauperum/목판화 또는 채색 필사본/크기 다양/13세기 중반~15세기/다수의 유럽 도서관 소장) 성경의 주요 장면들을 그림으로 표현하여 글을 읽지 못하는 일반 대중들도 성경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2. 18~20세기 초: 만화의 형태를 갖추다
· 풍자와 유머, 카툰(cartoon)의 탄생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인쇄 기술의 발달과 신문과 잡지가 대중화되면서, 사회 풍자와 유머를 담은 그림들이 인기를 얻으며 만화는 대중적인 오락 매체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그림들은 종종 짧은 대사를 포함했으며, 오늘날 우리가 아는 카툰의 초기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퇴프페르가 만화의 형식과 문법을 체계화했고, 오노레 도미에(Honoré Daumier)는 캐리커처와 신문 풍자 만화를 통해 만화의 사회적 기능과 예술성을 발전시켰다. 또한 <옐로우 키드(The Yellow Kid)>는 말풍선을 사용한 최초의 만화 캐릭터 중 하나로, 미국 만화의 시초로 여겨진다. 일본에서 ‘만화’라는 용어가 생겨나고, 한국에는 근대적 매체로서 신문의 만평이 등장한다.

퇴프페르(Töpffer, Rodolphe/1799~1846/스위스)는 현대 만화의 아버지로 불리는데 그의 『비외 부아 씨 이야기(Histoire de M. Vieux Bois)』(1837년 출판)는 만화의 칸을 활용해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하며 현대 만화 즉 코믹 스트립(comic strip)을 발명하고 전파한 선구자로 꼽힌다. 주인공이 사랑하는 여인을 쫓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우스꽝스러운 상황들을 묘사한 그의 만화는 당대의 낭만적 사랑에 대한 과장된 묘사와 더불어 사회적 관습과 인간 본성이 얼마나 혼란스럽고 부조리한지 보여 준다.

아웃콜트(Outcault, Richard Felton/1863~1928/미국) 옐로우 키드와 그의 축음기(뉴욕 월드지 신문 컬러 삽화/1896년 10월 25일) 당시 혁신 기술이었던 에디슨이 발명한 축음기를 소개하는 에피소드이다. 이민자들의 삶과 뉴욕 빈민가의 현실을 반영하며 큰 성공을 거둔 신문 연재 만화로 미국 만화사의 시작점으로 인정 받는다. 엘로우 키드는 당시 빈민가 거리 아이를 표현한 것으로 대머리에 큰 귀 그리고 항상 커다란 노란색 잠옷을 입고 있다.
· 일본 만화, 망가(漫画,マンガ)
'만화’라는 말은 18세기 우키요에 작가의 화집 『호쿠사이 만화(北斎漫画』에서 유래했다. 이는 현대적 의미의 만화가 아닌 ‘즉흥적인 그림’ 정도의 의미로 제자들 교육용으로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 모음을 말한다. 1902년에 신문 연재 만화를 그리던 기타자와 라쿠텐(北澤楽天)이 근대적 의미의 ‘자유로운 그림’이라는 의미로 재정립했다.

가츠시카 호쿠사이(葛飾北斎/1760~1849/에도)의 화집 『호쿠사이 만화』(1814년 출간 시작/총 15권) 호쿠사이는 만화를 “대단한 이유도 없고, 마음이 가는 대로 그린 그림(大した理由もなく、気の向くまま漫ろに描いた絵)” 이라 했다. 인물, 동물, 식물뿐만 아니라 풍경, 신화, 일상 생활의 다양한 장면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호쿠사이의 폭넓은 관심사와 예술적 역량을 보여준다.

이도영(李道榮/1884~1933/한국) 근대 서화가이자 시사 만화가, 삽화가, 교육자이다. 1901년 안중식 등 의 문하에서 전통 회화를 배웠다. 이도영이 붓으로 그린 이 신문 삽화(1909년 6월 2일자)는 한국 최초의 시사 만화로 평가 받는다. 연미복을 입고 서양 모자에 지팡이를 든 개화 신사가 ‘대한민보’의 창간 취지를 4행시로 구성한 형식적 특징을 보인다. 또한 근대적 언론 매체로서 신문의 역할과 의미를 제시하고 있으며 당시 대한제국의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민족의 단결과 계몽을 호소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시대적 의미를 지닌다.
3. 20~21세기: 다양한 모습으로 꽃피우다
· 장르의 확장
20세기 만화는 유머와 풍자를 넘어 액션, 로맨스, SF, 판타지 등 다양한 장르로 확장되었다. 슈퍼히어로 만화, 소녀 만화, 청년 만화 등 다양한 독자층을 겨냥한 작품들이 등장했다.

데즈카 오사무(手塚治虫/1928~1989/일본)의 만화 캐릭터들
· 예술적 가치의 공식적 인정
1964년 프랑스의 만화 애호가 클로드 베일리(Claude Beylie)가 ‘제9의 예술’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그는 건축, 조각, 회화, 음악, 문학, 공연 예술, 영화, 미디어 예술 등 전통 예술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중요한 전환점으로 프랑스에서 이러한 만화의 예술적 가치를 계승하며 발전한 장르가 그래픽 노블이다. 복잡한 플롯과 성인 대상 주제를 다루며, 『쥐』, 『설국열차』와 같은 작품은 문학적 깊이와 예술적 혁신을 보여주었다.
· 디지털 시대
21세기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과 함께 웹툰(webtoon)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만화가 등장했다. 웹툰은 창작자와 독자 간의 즉각적인 소통을 가능하게 하며, 이는 전통적인 만화와 차별화되는 중요한 특징이다. 만화는 이제 단순한 오락 매체를 넘어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며 그 가능성을 넓혀가고 있다.
1. 그래픽 노블은 어떻게 기존 만화와 차별화되며 발전했나?
2. 팬덤 문화의 변화는 만화 산업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3. 협업 툴의 발전으로 만화 제작 프로세스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4. 동굴 벽화나 중세의 태피스트리, 현대의 픽토그램, 이모티콘까지, 어디까지를 만화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을까?
5.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만화 소비 패턴은 어떤 특징이 있나?
작성자
(前)미진사 본부장 최진선
참고 사이트 및 출처
https://www.itakehistory.com/post/the-yellow-kid
https://ch.yes24.com/Article/Details/21859
https://brunch.co.kr/@siestajin/48
https://note.com/toratugumi/n/n8c28283abdb2
https://tezukaosamu.net/jp/mushi/entry/16426.html
https://en.wikipedia.org/wiki/Histoire_de_Mr._Vieux_Bois
https://ko.wikipedia.org/wiki/%ED%95%9C%EA%B5%AD_%EB%A7%8C%ED%9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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